동아일보 입력 2018.04.15. 09:07
이불 밖은 위험해, 그래서 안에서 논다
[동아일보]
“나가면 돈 쓸 일만 생기잖아요. 일할 때 아니면 굳이 나갈 필요성을 못 느껴요. 집에 플레이스테이션 들여놓고, 넷플릭스 유료 결제해놓고, 커피머신까지 갖춰놓으니 정말로 나갈 일이 없네요.(웃음)”
집에서 ‘방콕’하며 여가시간을 즐기는 이가 늘어나자 마케팅업계도 이들의 소비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집돌이와 집순이가 이불 속에서 꼼지락대며 조금씩 바꿔나가는 세상을 살짝 들여다봤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이불 밖이 위험한 게 아니라 이불 속이 가장 편안한지도 모른다.
쉬는 날엔 ‘인간 디톡스’가 필요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6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가시간을 혼자 보내는 비율이 2014년 56.8%에서 2016년 59.8%로 증가했다. 혼자가 편하다는 인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2016년 11월 시장조사 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3.7%가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울 신촌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김지은(29) 씨는 스스로를 집순이라고 평한다. 금요일 퇴근 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본격적으로 ‘불금’을 시작한다. 맥주 여러 캔과 안주, 그리고 주말 동안 먹을 음식을 사 오면 기본 준비는 끝. 이후에는 주말 내내 극세사 재질의 파자마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침대에서 시간을 보낸다. 편안하게 인터넷 서핑을 하려고 침대용 테이블도 구매했다. 3m짜리 휴대전화 충전 케이블이 있어 어떤 각도로 누워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김씨는 “요즘에는 최신 영화도 조금만 기다리면 IPTV에서 볼 수 있어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 집에서 따끈한 음식에 맥주 한 캔을 곁들이며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는 게 삶의 낙”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진호(31) 씨는 지난 주말 자취방에 깔아놓은 이불을 아직 개지 않았다. 매일 퇴근하면 이불 속에서 TV를 보다 잠드는 것이 일상이라 굳이 치울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박씨가 TV에 빠진 것은 셋톱박스가 계기였다. TV로 일반 방송은 물론, 유튜브 동영상과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푹(pooq) 같은 VOD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니 리모컨을 놓을 수가 없다. 그는 “식사도 TV 앞에서 하려고 최근 앉은뱅이책상을 하나 샀다. 주변에서는 모처럼 맞는 주말이니 밖에서 사람도 만나고 하라지만 영업직이라 평일에 만나는 사람만으로도 지친다. 주말에는 이렇게 혼자 지내면서 ‘인간 디톡스’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집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집돌이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회사원 오모(38) 씨는 여가시간 대부분을 온라인 게임에 할애한다. 10여 년 전부터 친한 친구들과 즐기는 게임이라 특별히 게임을 할 생각이 없어도 접속해 잡담을 나누곤 한다. 그는 “30대 초반에 직장을 옮기면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갑자기 고향을 떠나 타지에 살게 돼 외로웠다. 그런데 게임을 통해 고향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보니 주말에는 보통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취미도 집으로 배송 받는 사회
경기 안양시에서 직장에 다니는 정모(31) 씨도 지난해 버려진 고양이를 집에 들였다. 그는 “반려묘를 처음 맞이하고 일주일 만에 동물병원을 찾았다. (전 주인이) 어떻게 길렀는지 고양이가 불편한 데가 많았다. 아픈 동물을 두고 나가자니 마음에 걸려 웬만하면 외출을 자제한다”고 밝혔다. 원래 정씨의 낙은 주말에 친구들과 술 한 잔을 하는 것. 하지만 외출이 어려우니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정씨의 집은 개그우먼 박나래의 ‘나래바’처럼 그만의 술집으로 변한다. 집에서 안주를 직접 만들다 요리에도 취미가 붙었다. 부엌칼 하나, 냄비 하나뿐이던 주방 찬장은 각종 그릇과 조리도구로 채워졌다. 정씨는 “요즘은 고양이용 수제 간식을 만드는 데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메뉴도 배달해 먹어
“스마트폰 영상을 감성 넘치게 볼 수 있고, 내 손으로 나무를 조립해 만든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 분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3D(3차원) 아트토이 컬러링, 브릭픽셀 아트, 콘크리트 오브제, 북바인딩 수제 노트, 네온사인, 핀홀카메라 만들기와 핸드드립 커피, 핸드 위빙 등 다양한 취미생활 아이템을 배송했죠. 원래 이 박스의 타깃은 저와 같은 20, 30대 직장인 여성과 육아맘이었어요.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남성 고객도 꽤 되고, 커플이나 친구, 가족끼리 놀 거리로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후기를 보면 손으로 뭔가를 만들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고객이 많은 듯해 뿌듯함을 느껴요.”
집에만 있으면 놀 거리는 많지만 문제는 먹을거리다. 당장 배가 고픈데 외식하러 나가기는 귀찮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 해도 냉장고가 비어 있다면 장을 봐 오는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을 겨냥해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과 맛집의 인기 메뉴가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 이츠’를 이용하면 배달해주지 않는 레스토랑이나 맛집의 음식도 문 앞까지 배송된다. 물론 다른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와 달리 3000~3500원 배달 비용이 든다. 하지만 맛집을 굳이 찾아가 줄을 서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집돌이와 집순이에게 각광받는 서비스다.
배달비가 부담스럽다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간편식을 사두면 된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포장을 뜯어 끓이기만 하면 웬만한 식당에서 먹는 한 끼보다 더 나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과거에는 3분 카레나 짜장 등 대충 허기를 때우는 음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식품업체들도 ‘홈족’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해 앞다퉈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셰프 10명으로 구성된 푸드시너지팀을 구성해 육개장, 삼계탕, 된장찌개 등 유명 맛집에 버금가는 간편식을 만들어 내놨다. 현대홈쇼핑은 최현석, 오세득 등 유명 셰프와 손잡고 ‘H플레이트 스테이크’를 출시했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먹는 요리를 집에서 간편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한 것. 한편 배달의민족 ‘배민찬’, 동원 ‘더반찬’ 등 반찬 배달업체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시장에 있는 반찬가게는 젓갈, 볶음류 등 밑반찬을 주로 취급하지만 배달업체는 국, 탕은 물론 갈비 같은 요리까지 배달해준다.
즐겁지 않으면 나가기 싫어
멀리 장을 보러 나가기 귀찮은 집돌이와 집순이에게는 편의점이라는 대안이 생겼다. CU는 CJ프레시웨이와 손잡고 3월부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소량포장 채소 매대를 운영 중이다. 감자, 당근, 양파, 깻잎, 꽃상추, 깐 마늘, 청양고추 등 10종을 판매하며 가격은 모두 1000원이다. 또 CU는 농협을 통해 볶음밥용, 된장찌개용 등 손질된 ‘간편 채소’ 10종도 들여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빅데이터 전문기업 다음소프트 집계에 따르면 ‘집순이’ ‘집돌이’라는 단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언급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집순이’와 ‘집돌이’는 SNS에서 1만210건 언급되는 데 그쳤지만, 2016년에는 18만7990건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3년 만에 언급량이 크게 늘어난 만큼 홈족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다.
집돌이, 집순이 관련 반응 중 상위에 있는 연관 키워드는 ‘좋다’(655건), ‘좋아하다’(577건), ‘최고다’(384건) 등 긍정적인 이미지였다. 부정적인 키워드는 ‘귀찮다’(466건), ‘위험하다’(127건) 등으로 집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이유를 언급하는 내용이 많았다.
집에 있으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이다. 사회생활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자 쉴 때는 오롯이 일신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출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낯선 환경이나 집단과 마주치게 된다. 쉬는 날에 굳이 시간과 에너지까지 써가며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지 않으니, 말 그대로 이불 밖이 귀찮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입시, 취업난 등 생존경쟁에 내몰린 현대인은 대인관계에서도 손해 보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집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우리라는 확신이 없으면 나가지 않으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다가 식사부터 여가까지 모두 집에서 해결 가능하니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할 이유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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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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